2017년 회고

2017년도 끝이 다가왔다. 나는 어떤 형태로든 매년 말마다 회고를 해왔다. 지금까지는 회고를 할 때마다 항상 내 스스로 “잘했다” 혹은 “많이 발전했다”라는 생각을 주로 했던 것 같다. 작년 회고를 다시 돌아봐도 그렇다. 글 전체에서 “이 정도면 꽤 잘했지”라는 뉘앙스가 느껴진다. 뭐 작년에 내가 잘했다는 게 사실이더라도, 올해는 그렇게 생각할 수가 없다. 내가 명백히 작년보다 게을러졌기 때문이다.

#일

작년 10월에 블로그에 남겼던 것처럼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인 스튜디오 씨드로 이직을 했었고 물론 지금도 계속 일하고 있다. 처음 입사했을 때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일렉트론은 맛만 봤고, 내내 계속 새로운 프로젝트에 뛰어들면서 질릴 틈도 없이 재미있게 일했다. 연초에는 프로토파이를 유료로 팔기 위해서 결제연동 등을 진행했었는데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결제연동을 구현한 건 처음이라 힙한 기술 쓴 것 하나 없지만 좋은 경험이 되었다. 중간에 AWS Lambda를 사용할 기회도 있었고 배포를 위해서 Docker와 ECS 등도 경험해보면서, 아직 잘 안다고 할 수준은 못되지만 그나마 조금은 AWS에 익숙해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ProtoPie와 연동되는 웹 기반의 새로운 서비스를 위해서 그동안 써보고 싶었던 건 다 쓰면서 프론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학교

마침내 졸업이 다가오고 있다. 아직까지 마지막 학기 성적이 나온 건 아니라서 확정은 아니지만, 일단 학점을 제외한 요건은 모두 갖췄기 때문에 F가 없다면 졸업이다. 학업과 일을 병행한 올해 1년을 돌아볼 때, 사실 전혀 쉽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1학기에는 취업계를 적용할 수 없어서 매주 멀고 먼 학교로 내려갔다 와야 했었다. 수업은 물론이고 과제, 졸업 작품까지 병행해야 했기 때문에 주말이고 평일이고 퇴근하면 코딩이랑 레포트 쓰기 바빴던 것 같다. 최악이었던 건, 지난 2년간 거의 켤 필요가 없었던 한글 오피스로 문서작업을 해야 했던 것이었다. 사실 졸업 작품도, 코딩하는 시간보다는 보고서 작성하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2학기에는 취업계가 적용되었기 때문에 매주마다 학교로 갈 필요는 없었지만 퇴근 후 시간을 사용해야 했던 과제는 여전히 부담스러웠다. 사실 2학기에 신청한 학점이 더 많았기도 하고.. 이제 졸업 여부는 내년이 되어야 알 수가 있지만, 작년까지 자퇴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었다는 걸 상기해본다면 주변 분들의 많은 배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블로그

블로그는 여전히 나에게 가장 중요한 매체다. 하지만 올 한 해 작성한 글은 이 글까지 포함해도 총 14개. 약 한 달에 한 번 포스팅한 꼴이다. 작년에 27개의 포스트를 작성했으니 약 반수 이하로 줄어든 셈이다. 줄어든 이유는, 위에도 써 둔 것처럼 학교라는 좋은 핑계 거리가 있긴 하지만서도 결국, 내가 게을렀다는 결론에 이를 수 밖에 없다. 지금 가지고 있는 글감도 꽤 많은 편인데 그걸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특히나 올해는 새로운 기술을 많이 접했고 좋은 경험도 얻어서 기술적으로는 넓게 알게 되었던 해이기 때문에 새로 배운 것들을 단단하게 내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더욱 글을 많이 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나마 꾸준히 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겠다. 내년 목표는 작년 수준으로 글 쓰는 횟수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다.

#번역

연초에 solved-by-flexbox라는 flexbox를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한 프로젝트를 번역했고, 5월 쯤에 “함수형 프로그래밍이 뭔가요?”라는 글을 번역했었으나 원저자가 글을 내려달라고 요청해서 글을 삭제해야만 했다. 원래 번역 허락을 구해놓고 기다리면서 번역을 하다가 답변이 오랫동안 안와서 올렸던 글인데, 저자에게서 삭제요청이 와서 삭제를 하게 됐다. 그리고 9월에 Project Guidelines 라는 흔히 회사에서 사용할 법한 가이드라인을 다루는 프로젝트를 번역했다. 전체적으로 작년에 비해서 번역양이 적었다. 내가 게을렀기도 했고, 번역하고 싶다는 욕구가 적어지기도 했다. 사실 번역은 꼭 해야 좋은 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오픈소스

여러가지 정말 작은 규모로 레포지토리도 만들고 npm 모듈도 배포하고 했으나 모두 큰 의미는 없는 것들이었다. 올해 그나마 가장 많이 커밋했던 건 역시 내가 작년에 만들었던 hexo 테마인 hexo-theme-overdose다. 버전 1.0.0을 배포하면서 나름대로 리팩토링도 하고 소스코드에도 변경사항이 꽤 많았지만, 그래도 이걸 바닥부터 시작해서 다 만들어서 배포까지 했었던 작년에 비해서는 아쉬운 수준이다.

다른 오픈소스에 공헌한 것도 별로 많지 않다. 번역을 제외한다면, 실질적으로 의미가 있었던 건 DefinitelyTyped의 multer에 PR 날린 것과, autoprefixer에 사소한 이슈를 제보했던 것, 그리고 최근에 날렸던 PR 두개 정도.

전체적으로 작년보다 잘했느냐 하면 그냥저냥 비슷한 수준인 것 같다. 뭐 꼭 오픈소스를 잘해야 뛰어난 개발자는 아니지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 만큼 공헌하는 것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겠다.

#컨퍼런스/밋업

작년까지는 한 번도 발표 경험이 없었지만 그래도 올해는, 뭔가 하기는 했다. 2월에 기술적인 내용이 아니긴 했으나 9XD에서 개발자라면 블로그라는 주제로, 4월에는 TypeScript의 Type System에 관해서, 그리고 6월에는 React Router v4에 대해서도 발표를 했었다. 발표 경험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 잘못했던 기억이 많이 나고, 올해 정말 훌륭한 발표를 많이 봐서 그런지, 내가 발표했던 건 부끄럽기만 하다.

그냥 참가자로서 참가했던 것도 많았는데, 후기를 전혀 남기지 않아서 최근 걸 제외하면 기억이 잘 남지 않는다. 앞으로는 좀 필기하는 버릇을 들이려고 한다. 타이핑 말고 필기. 이 글에서 나온 것처럼 스케치 노트를 쓰는 게 내 스스로에게도, 물론 남에게 공유할 때에도 더 도움이 많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제부터 실천을 해볼 생각이다.

마치며

올해 나는 학교와 직장을 병행했기 때문에 분명, 작년에 비해 시간이 많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게을렀기 때문에 잃은 시간이 훨씬 많다. 시간이 남으면 유튜브나 넷플릭스 보기 바빴으며, 모바일 게임에 하루 3시간씩 투자하던 때도 있었고, 해야할 일이 많을 때도 애써 회피하면서 그냥 웹서핑이나 할 때가 많았다. 물론, 사람이 24시간, 365일 생산적인 일에만 몰두하는 건 불가능하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내 진짜 문제점은 사실 게으른 게 아니라, 뭘 하는데 있어서 계획이 없었고 모든 일과 결정을 충동적으로 했었다는 것이다. 내년은 좀 더 계획성있게 쓰는 시간을 컨트롤할 수 있는 해가 될 수 있도록, 개인적으로 회고를 좀 더 자주하고, 조금 더 많이 메모와 기록을 하면서, 구체적인 계획을 만들어 보고자 한다. 2018년 회고는 올해보다는 잘한 걸로 내용을 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