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직


이직을 하게 됐다. 가만히 앉아있는데 무슨 오퍼가 와서 이직하게 된 건 아니고(일부 맞는 말이기는 한데..), 내가 원해서 새 직장을 찾게 되었다. 물론 이직을 하게 된 동기도 있지만.. 그건 개인적인 추억으로 간직해야겠다.

많은 곳에 이력서를 냈다. 내가 본격적으로 JavaScript를 메인 언어로 하는 웹 개발자가 된 것이 약 1년 3개월 정도 되었고, 전 직장에서 머리도 꽤 커져서 이직 준비를 시작할 때는 나름 자신감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도전해보니 수 많은 곳에서 면접도 보지 못하고 광탈당했다. 물론 어떻게 보면 내가 욕심이 너무 많은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뭐. 취준하시는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그러다보면 자신감은 땅에 떨어지고, 내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틀린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망했어요

그럼에도, 날 좋게 봐준 회사 역시 있었다. 등록했던 이력서를 통해 연락이 오기도하고, 링크드인을 통해 헤드헌터의 연락을 받기도 했다. 내가 직접 서류를 낸 곳에서도 꽤 면접제의가 와서 면접도 봤다. 솔직히 어지간히 마음에 들지 않는 수준이 아니고서야, 대부분의 면접제의는 거절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면접 결과가 어찌되든 그 과정에서 얻는 것이 많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기술적이건 비기술적이건간에 면접을 하나 거칠 때마다 배우는 게 있었고, 또 스스로의 부족함을 많이 느끼게 되었다. 그게 자기 발전을 위한 촉매가 되었음은 두 말할 것 없다.

그렇게 정신없이 면접을 거치는 동안, 최종 오퍼도 하나, 둘.. 여러 곳에서 받게 되었다. 어떤 회사는 여러 번의 면접을 거치면서 내부 문화나 근무 조건 등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채용을 거절하기도 하고, 또 나름대로 최대한 괜찮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 결정을 유보하다가 채용을 거절하기도 했다. 꼭 어딘가 다른 곳에 갈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오퍼를 거절하게 되니 사실 불안하기도 했다.

채용을 여러 군데 거절하고, 어떤 곳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로 스튜디오씨드(Studio XID)라는 팀에 면접을 보러가게 되었다. 원티드라는 채용 플랫폼을 통해 매칭이 되었는데, 먼저 면접 제의를 주셔서 다소 들뜬 마음으로 보러가게 되었다. 채용 절차는 매우 심플하게도 면접 1회가 끝이었다. 물론 무척이나 긴 면접이었다. 면접을 보면서 사내 분위기도 좋고, 팀파워도 강하며, 개발 고수가 많아서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팀이라는 느낌을 받게 되어서 만약에 여기서 오퍼가 온다면 합류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면접 마지막에 장난스럽게 한 시간 뒤에 연락 주겠다고 하시길래 당황했는데, 농담이라고 하셨지만 실제로 면접 후 한 시간 뒤에 연락을 주셔서 정말 놀랐다(…) 나도 면접을 보면서 좋은 팀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 상태였고, 무엇보다도 허접한 날 많이 배려해주셨기 때문에 큰 고민없이 합류를 결정했다.

ProtoPie: Explain your designs without coding

스튜디오씨드는 ProtoPie라는 디자이너용 마이크로인터랙션 프로토타이핑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팀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제품에 대한 시장반응(ProtoPie의 주 타겟은 중국시장이다.)도 좋은 것 같고, 이제 겨우 입사한지 일주일 정도 되었지만.. 내 생각엔 앞으로 잘 될 것 같다. 사내 분위기도 좋고, 팀원 분들도 능력이 출중하시다. 물론 내가 잘하는 게 가장 중요하겠지만.. 원티드에 올라왔던 채용공고에는 분명 아재개그(…)에 능하거나 견딜 수 있는 멘탈을 우대한다고 되어있는데 멘탈이 남아날지 모르겠다. 아빠의 아재개그 공격에 멘탈이 수없이 박살난 전력이 있는 나로서는 약간의 걱정도 있다.

나름대로 이번에 이직을 하면서 느낀 바가 있는데, 생각보다는 핏이 중요한 거 같다. 물론 실력도 중요하긴 한데, 결국은 핏이 맞아야 되는 거 같다. 나도 가려는 회사와 핏이 맞지 않으면 가고 싶지 않으니까. 핏이 너무 포괄적인 단어라 구체적으로 설명해보자면, ‘앞으로 함께하면서 불필요한 마찰이 생기지 않을 가능성’ 정도로 정의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사실, 나도 핏이 맞지 않을 것 같아서 제안을 거절하게 된 회사가 있고, 반대로 채용 측에서 내가 핏이 안 맞을까봐 탈락시킨 경우도 있을 것이다. 물론 실력이 압도적이라면 그것도 커버할 수 있겠지만.

그래서 앞으로 개발자로서 많이 성장하고 싶고, ProtoPie를 만들면서 많이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나날들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