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라면, 블로그

지난 금요일(17.02.24), 9XD에서 “개발자라면, 블로그”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원래는 발표자료만 올리려다가 스피치 빼고 발표자료만 보면 무슨 소린지 이해가 잘 안 될 수 있다 싶어서 블로그에 부연설명을 덧붙여 올린다.

참고로, 나는 블로그를 시작한 것도, 개발자를 직업으로 갖게 된 것도 2년이 되지 않은 사람이다. 이 블로그 글을 보는 사람 중에는 분명 나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오랜 기간 블로그를 운영하시고 더욱 뛰어나신 분도 있을 것이다. 이 발표는 블로그를 시작하지 않은 사람들을 청자로 생각하였다는 점을 염두해 두시면 감사하겠다.

블로그와 전문성

나는 블로그가 전문성을 드러내기 가장 쉬운(효율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전문성을 습득하는 것 자체는 개발자로서 당연히 해야하고,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하게 되지만, 그것을 외부에 노출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터넷에는 이제 텍스트 외에도 전문성을 드러낼 수 있는 많은 수단이 있다. 개발자로서의 전문성을 드러내는 데는 오픈 소스 기여만한 것이 또 없을 것이고, YouTube에 동영상 강좌나 자신의 오피니언을 촬영해서 올릴 수도 있고, 팟캐스트를 만들어서 음성으로서 지식과 전문성을 뽐낼 수도 있다. 하지만 언급한 방법들은 모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면서도, 글에 비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닿지 않는다.

SNS는 글 공유에 특화된 매체이지만 반대로 검색에는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개발하면서 당연히 구글을 사용하게 되는 개발자들에게는 치명적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나쁜 점은 SNS에서는 글을 쓰는데 자유도가 낮고, 그 때문에 전문성있는 글을 쓰기에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전문성을 드러내는 데 있어서는 블로그가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블로그에 글 쓰는 것도 결코 쉽지는 않지만 비용이 적게 드는 축에 속하고, SNS와 결합하면 내가 원할 때도 정보를 제공할 수 있으며, 검색에도 쉽게 노출할 수 있기 때문에 독자가 원할 때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왜 해야하는가?

너무 당연한 소리지만, 블로그는 내가 하는 것이다. 자기 스스로가 중심인 매체다. 이것은 블로그를 자기 스스로를 브랜딩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나는 스스로 동기부여가 약한 편이고 외부적 요인에 의해서 동기부여를 강하게 받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블로그를 통한 스스로의 성장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블로그가 강력한 브랜딩이 된다는 사실에 더 큰 매력을 느낀다. 실제로 내가 그 브랜딩으로 이득을 본 사람이기도 하고. 따라서 나는 사실 개발자라면 블로그를 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라면 블로그를 해야한다고 믿는다.

블로그를 하기 전의 걱정

다양한 개발자 분들과 블로그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면 흔히 접할 수 있는 걱정이있다. “에이 나같은 게 무슨 블로그를..” 같은 걱정들. 자신의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해서 블로그를 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아까 한 말과 상반되는 것 같지만, 블로그가 개인의 브랜딩 요소에 있어서 실질적으로 도움되는 것은 전문성보다는 자기계발의지에 가깝다. 블로그는 하는 것만으로도 전문성 여부와는 관계 없이 브랜딩에 도움이 된다. 또한 블로그 글을 쓰면서 자신의 전문성도 성장하고, 분명 자신의 수준보다도 낮은 사람도 있기에 남들에게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 오히려,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블로그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자기 자신이 게으르다고 생각해서 쉽게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게으름은 상대적인 표현이라서 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게으르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 글을 쓰는 나조차도 스스로 게으르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사실 게으르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심리적으로 불편하다는 사실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역설적으로 자기계발의지가 있다고 할 수도 있다. 블로그를 하지 않는 건 그 사람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시작하지 않아서이다.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블로그를 시작했으면 좋겠다. 지금 당장 미디엄이나 텀블러에 접속해서 글쓰기를 누르면 된다. 시작이 반이다.

어떻게 해야하는가?

내가 발표 떄 언급했던 항목은 다음과 같다.

  • RSS를 반드시 만들자.
  • Facebook 페이지를 곁들이면 좋다. 아니면 유저계정을 페이지처럼 활용하자.
  • 블로그 개발경험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주객전도를 피하자.
  • 단순 스크랩 방식의 블로그는 지양하자.
  • 글을 쓴 이유나 컨텍스트를 서술해서 최대한 독자를 배려하자.
  • 자기가 아는 개발 그룹에 모두 공유하는 등, 너무 많은 공유는 피하자.
  • 웬만하면 네이버 블로그는 쓰지말자.
  • ~Hexo에 Overdose 테마를 씌우고 별을 찍자.~

네이버 블로그를 피하자는 의견은, 대부분의 개발자가 구글을 중심으로 검색하기 때문이다. 사실 네이버가 구글 검색결과에 잘 잡히기만 한다면 안 될 이유가 없다. 요즘에 모바일 페이지가 구글 검색결과에 잡히기는 하던데, 이 경우에도 PC 사용자 입장에서는 경험이 좋지 않으므로 이 방법도 좋지 않다. 물론 경우에 따라 네이버 검색량이 많은 블로그는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하면 좋다. 요컨대, 가장 많은 검색이 일어날 곳을 대상으로 블로그 서비스를 결정하면 된다는 것이다.

발표 후 소감

개인적으로 개발자 밋업(혹은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한 것은 처음이다. 사실 9XD가 참가하기 너무 어려워서1, 9XD 좀 가보자 하고 발표를 한 건데 좋은 경험이 되었다. 물론 준비하는 게 좀 힘들긴 했는데 그만큼 얻은 게 많았다. 뭐 그렇다고 내가 발표를 딱히 잘 하지는 않았지만, 재미있었다.


  1. 1.9XD 참가신청은 거의 수강신청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