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애자일 & 스크럼 프로젝트 관리


처음 애자일이나 스크럼 등의 개념을 접한 건 아마 전 직장을 다닐 때 였을 것이다. 당시 나에게는 첫 직장이었기 때문에 전통적인 개발 방법론도 제대로 겪어본 적이 없었던 나에겐, 이런 방식이 딱히 신기하다거나 특이하달 것도 없었다. 그냥 원래 일을 그런 식으로 하는 가보다 하면서 받아들였던 것 같다(잘 실천되었는가는 차치하고서라도).

사실 애자일이나 스크럼, 칸반, 이런 용어는 이 쪽 업계에 발만 담구고 있어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을 수 있다. 나도 원래부터 지나가는 트렌드에 관심이 많고, 한창 성장하고 싶은 시기기 때문에 관련 글도 나름 많이 읽었지만, 애자일이나 스크럼에 대해 설명해보라고 하면 한 마디도 제대로 꺼낼 수 없는, 뭐랄까 느낌적인 느낌의 무언가였다. 지난 2년동안 서서히 나에게 스며들고 있었던 이 개념에 대해서 좀 더 제대로 알고 싶었고, 애자일 문화에서 말하는 좋은 팀원이 되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애자일은 죽었다라는 소리도 나오는 마당에 다소 뒤처진 감이 없진 않지만,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애자일 & 스크럼 프로젝트 관리

이 책은 사실 나 같은 팀원보다는 관리자의 직책을 가진 사람을 대상독자로 쓰여진 책이라는 느낌이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참고할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사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키워드는 익히 우리가 가치있는 것으로 이미 받아들이고 있는 것들이다. 책임과 자율성, 수직보다는 수평적인 관계, 경쟁보다는 협력.. 같은 가치들. 이 책에서는 이런 가치들을 강조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실질적으로 어떻게 해야되는가를 주로 다루고 있다. 이를테면 자기조직화된 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팀원 개개인에게 의사결정권을 부여해야 한다, 던가.

내가 이 책을 읽기 전에 기대했었던, 좋은 팀원이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책 내용 중 아마도 가장 나에게 의미가 있을만한 부분, ‘애자일 팀원이 가져야 할 팀 스피릿’을 발췌했다.

  1. 개인에게 주어진 업무를 팀 전체의 책임으로 받아들인다.
  2. 잘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서로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돕는다.
  3. 상대방을 항상 존중하고 배려한다.
  4. 자신이 약속한 것은 최선을 다해 지키려고 노력한다.
  5. 업무상황을 솔직하게 이야기 한다.
  6. 동료, 이해관계자와 적극 대화하고 협력한다.

개인적으로는 위 항목을 내가 다 실천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는 생각이다. 특히 나는 아직도 2,3번을 잘 못할 때가 많은 것 같다. 갈 길이 멀다는 걸 다시 느끼게 되었다.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가 애자일을 잘 실천하고 있는 사례인가에 대해서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일하면서 동기가 무너지거나 일하는 게 고통스러웠던 적은 없으므로 베스트 프랙티스는 아닐지언정 나름대로 잘 실천하고 있는 조직이 아닐까 한다. “아 이랬던 게 애자일에서 프랙티스로 다루고 있던 부분이구나” 하는 것들도 있었고.


이 책에서 아쉬웠던 부분은, 애자일이 성공했던 사례와 애자일을 적용하기 적합한 상황에 대해서만 다루었다는 것이다. 물론 저자의 이력을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있지만, 그런 상황일 수록 더욱 한계에 주목하고 그것을 극복할 방법에 대해서 고민해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책에서도 종종 강조한 부분이지만, 애자일은 모든 상황에 있어서 만능이 아니며 상황에 맞게 적절히 소화해서 적용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책에서는 애자일의 한계가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 실제로 어떤 것들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다루고 있지 않다. 물론 나에게 애자일의 한계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뭐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이 책을 다 읽고나니, 애자일은 단순한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을 넘어, 조직문화까지도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제 나는 애자일에 대해서 나만의 정의를 내렸다. 애자일은 “모든 조직 구성원들이 회사가 회사라기보다는 우리 팀이라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