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돌아보기

올해도 어김없이 회고 시즌이 돌아왔다. 매년 느끼는 거지만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간다. 다른 개발자 분들의 회고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에서 보면서 나도 늦지 않게 빨리 써야지라고 생각하다 2018년이 정말로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이제서야 키보드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내가 삶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중에서 “성장”과 “변화”가 있다. 2017년까지의 나는 대부분 성장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의도적으로 그런 건 아니지만, 성장보다는 여러가지 변화를 거듭한 한 해가 된 것 같다. 물론 2018년에도 분명 성장하긴 했지만 작년보다는 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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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at that I loved.

HyunSeob(@hyunseob.lee)님의 공유 게시물님,

약 2년 2개월 정도를 다닌 스튜디오씨드를 퇴사하고 토스에 합류한지 이제 막 1개월 정도가 되었다. 올해 나에게는 가장 큰 변화 아닐까 싶다. 이 블로그를 통해서는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지만 개인적으로 나를 아시는 분이나 페이스북에 친구가 되어있는 분이라면 이미 알고 계실 것이다.

2년 2개월이 그리 길지는 않은 시간인데, 그 사이에 형성된 이미지가 있는지 지인 분들께 말씀드리면 대부분 놀라는 반응이었다. 주변 지인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용하게 준비하기도 했었고. 이직 동기에 대해서 묻는 질문이 많았는데, 너무 진부하게 들리기는 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가 나의 대답이다. 스튜디오씨드를 떠나고 싶어서 이직한 것이 아니라 토스의 문화를 경험하고 다른 방식의 성장을 이루고 싶었기에 이직했다. 또 성장을 경험하기에 환경의 변화만큼 좋은 해법이 없다고도 생각하고. 덕분에 2년 만에 이력서를 업데이트 했다.

스튜디오씨드에서도 너무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나름대로 허물없이 친하게 지냈던 동료들이 많아서 내색은 안 했지만 마음이 많이 아프기도 했다. 나오는 날에는 쓸쓸함과 함께 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스튜디오씨드

작년에는 새로운 기술을 많이 접하면서 견문을 넓혔었다면, 올해는 넓이보다는 깊이에 조금 더 집중했던 것 같다.이미 조금씩 알고만 있었던 스킬들의 성숙도를 높여가면서 과거에 짰던 코드도 리팩토링하고 재미있게 일했다. 특히 올해 중순쯤 같은 포지션으로 안도형님이 입사하면서 한층 긴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서로 좋은 영향도 많이 주고받았던 것 같다.

2017년 말부터 내가 맡아서 하고 있던 새로운 프로젝트도, 결국 1차적으로 개발 완료한 후 납품도 되었다. 그 전까지는 나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었는데, 나도 시작부터 끝까지 맡아서 딜리버리할 수 있다는,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디자인해서 짠 앱도 멀쩡히 돌릴 수 있다는, 소중한 자신감과 경험을 얻었던 순간이기도 했다. 나에게는 스튜디오씨드에서 했던 가장 큰 도전이기도 했다.

하지만 도전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전반적인 구조를 디자인하고 재미있는 기술을 가져다 쓰면서 느꼈던 즐거움도 잠시, 곧 유지보수가 시작되면서 지루함이 느껴졌고, 일도 더디게 했다. 즐거움을 다른 곳에서 찾기 시작했다. 자기계발을 접어두고 술도 자주 마시고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결국 이 지루함도 내가 이직한 원인이 되었던 것 같다.

페스타

지금은 더 이상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작년 12월 즈음 페스타팀에 프론트엔드 엔지니어로 합류했다. 그리고 페스타 초기버전의 프론트엔드의 대부분을 내가 작업했었다. 현재 내 코드가 얼마나 남아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직 문제없이 되고 있는 걸 보니 그래도 내가 제 몫은 한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 있다. 위에서 언급한 새로운 프로젝트와 작업기간이 겹쳐서, 사실상 기술스택이 거의 똑같았다. 사이드 프로젝트였지만 일하는 방식도 애자일하게 스프린트도 만들고, 회고도 하고, 스토리 포인트도 정하면서 재밌게 일했다.

관두게 된 이유는 심플하다. 재미가 없어졌다.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했는데 중간에 업무랑 같이하면서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재미, 새로운 기술 써보는 재미가 있어서 그럭저럭 할만하다고 느꼈다. 페스타의 첫 버전을 런칭하고 나서는 급격히 그 재미가 줄어들었다. 사실 사용하는 기술조차 회사에서 하던 것과 거의 같아서, 퇴근하고 회사일을 또 하는 기분이 들면서 점점 코드를 짜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당시 이곳저곳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던지라 정리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정리하게 됐다.

팀에서 나오기는 했지만 여전히 애정이 남아있고 잘 되기를 바라는 서비스 중 하나다. 실제로 이벤트를 많이 열어야하는 입장에서 사용하기가 편리하기도 하고.

블로그

올해 블로그 성적은 정말이지 처참하다. 매년 “작년보다 더!”를 외쳤지만 블로그를 시작한 이래 연도별 포스팅 갯수가 늘어난 적이 없었다. 올해는 (이 글을 제외한다면) 겨우 다섯 개의 포스팅을 했다. 글 하나하나를 나름대로 정성스럽게 써서 각 포스팅의 질이 상대적으로 높았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솔직히 너무 놀지 않았나.. 싶기는 하다. 자기 변호를 좀 하자면, 쓰다만 글도 꽤 있다. 이제 이것보다 적게 쓰기도 어려우니 내년에는 그래도 올해보다는 글을 많이 쓰지 않을까 싶다.

그나마 잘했던 걸 하나 꼽아보자면 “타입스크립트, 써야할까?”라는 글을 쓴 것. 이 글 자체도 꽤 많이 언급되었고 잘 됐지만, 정말 예전부터 타입스크립트를 쓰면서 꼭꼭 말하고 싶었던 주제였는데 그걸 글로 다 정리하고 설득력있게 풀어 냈다는 게 지금도 꽤 만족스럽다. 그리고 놀랍게도, 블로그 방문자 수는 꾸준히 성장 중이다.

커뮤니티 활동

GDG Korea WebTech

GDG Korea WebTech 오거나이저로 합류했다. 구글 웹 기술과는 별로 친하지 않은 편이라서 공부와 노력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Chrome Dev Meetup #2DevFest WebTech 2018을 기획하고 주최했다. 사실 이전부터 TypeScript Korea 운영진을 하면서 이벤트를 준비한 경험이 없지는 않지만 내가 주체적으로 기획하고 운영했던 경험은 부족해서 쉽지 않았다. 그래도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재미있는 행사도 많아서 즐거웠다. 내년에도 재미있는 이벤트 많이 기획해보고 싶다.

TypeScript Korea

2018년에는 두 번의 밋업을 열었는데 두 번째 밋업 때 여러가지 운영미스가 있어서 좀 안타까웠다. 올해 활동을 열심히 하지는 못했는데, 내년엔 노력해야겠다.

Naver FE DevTalk에서 MobX와 MobX State Tree를 주제로 발표했다. 부끄럽지만 영상도 첨부한다.

발표는 나름 열심히 준비했다. 다른 곳도 아니고 현업 네이버 엔지니어 분들이 보는 곳이라서 긴장이 많이 됐다.

조금 개인적인 것들

졸업

졸업이 자잘한 이벤트라고 할 수는 없지만 2018년에 딱히 졸업을 위해 한 것이 없기 때문에 큰 사건은 아닌 것 같다. 졸업장이 생겼고, 뭔가 서류를 써야할 때 대졸이라고 적는 정도. 뭐, 고졸이던 때와 비교해서 일상에 차이는 없다.

운전

2018년의 소소한 목표 중 하나가 운전면허 따기였는데, 무난하게 운전면허를 땄다. 그리고 남들처럼 장롱으로 직행할 뻔 했다가 우연히 아빠가 차를 새로 사셔서 원래 아빠가 쓰던 옛날 차를 얻게 되었다. 덕분에 장롱면허 신세는 면했다. 다만 그 사이 접촉사고를 세 번이나 내서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이사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자취방을 역삼동으로 옮겼다. 학자금을 제외하면 대출도 처음해보는 경험이었고 전세계약도 처음이라서 순탄치가 않은데다가 돈도 정말 아슬아슬해서 너무 정신이 없었고 불안했다. 다행히도 결국 계약을 마무리 잘해서 성공적으로 이사도 했다. 하지만 집이 문제가 많아서 다시 이사하고 싶다..

임플란트

치과를 작년 말부터 다니기 시작해서, 여러가지 치료를 받고 올해 임플란트 시술을 받았다. 딱히 치아에 문제가 없어도 치과는 주기적으로 방문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영어

전 직장에서 외국인 친구와 급격히 친해지면서 영어가 많이 늘었다. 일단 자신감 자체가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늘었다. 이직으로 인해 앞으로 영어로 대화할 일이 많이 없어져서 안타깝고 조금 슬프다.

다이어트

올해 중순 쯤 다이어트를 시작해서 9kg 정도 몸무게를 감량했다. 토스가 밥을 너무 잘 먹여서 살이 1kg 정도 도로 찌기는 했지만.. 아직은 유지 중이다.

2019년 목표

분명히 이 리스트에 있는 것들 다 안 지킬 건 알지만 그래도 백로그처럼 써봐야겠다.

  • 블로그 Gatsby 이관 (가급적이면 테마도 마이그레이션)
  • GDG Korea 웹 사이트 만들기
  • 토스 멤버로서 성장하기
  • 블로그 올해보단 많이 하기
  • 헬스장 꾸준히 나가기

2018년은..

그래도 나에게는 특별하고 만족스러운 한 해였다. 생각해보면 내 선택이나 행동에 전반적으로 운이 따라 줬던 것 같다. 그래서 운이 나의 게으름을 어느 정도 상쇄시킨 것 같다. 이직도 그렇고, 커뮤니티 활동도 그렇고, 기회도 자주 찾아왔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2018년에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2019년도 모두 같이 성장하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